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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움을 적게 타는 편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아무래도 수험생 때는 많이 외로웠다. 

유기화학 노트 맨 뒤편에 그 날 공부를 복습한 흔적 옆에 적혀있는 글을 옮겨보기

 


사는 것은 외롭고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하며 무리를 이룬다. 

나는 외롭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모두 나와 비슷하게 또는 나보다 외로운 것을,

그래서 삼삼오오 모인 것을 알면서도 

그 모인 모습을 보면 거기에 내 자리가 없어 또 외롭다. 

 

나도 나만의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님이 90퍼센트인 그런 무리 속에 내 자리가

있을 때는 굳이 10퍼센트의 의미를 외면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밀어내고서는 외롭다.

 

시험은 참 외롭다 

알바도 학교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10퍼센트의 호감으로, 가령 30퍼센트 정도의 싫어함이 있더라도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나누는데

같은 처지가 모여 위로함이 금지된 처지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수험생, 하나 찾았다.

 

소속에의 욕구 참 무섭네.


 

지금도 아주 뜬금없이 외로울 때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룰 때 약간 한 발짝 물러나는 타입인데, 

내가 선택한 것이면서도 가끔 소란함이 한 발치 옆에서 들리면 외롭다고 느낀다.

그치만 바뀌기는 더 싫으니 걍 이런 외로움이랑 같이 사는 거지 뭐...

암튼 저때는 외로워서 진짜 질식할 것 같았음 진짜 미친 짓할 거 같아서 그 범람하는 감정을 노트에 막 풀어내버린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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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후반에 들어왔으니 좀 웃기지만, 또 20대에 뭐 남길 생각이란 게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지만

또 20대 때 했던 생각은 20대에 남겨놔야 서른 마흔의 내가 보지 않겠나 싶다.

암튼 누가 학교 익명게시판에서 20대 초,중,후반에 각각 무슨 생각하고 사냐고 해서 

일기장에 써본 글

 


요즘 지낼만하다. 며칠전에는 XX에게 받은 꽃에서 시들해진 꽃잎을 떼어내다가 깜짝 놀랐다. 마음이 이렇게 여유롭다니!

오늘은 방 구석에 처박혀있던 흰 3단 책장을 싹 정리해서 머리맡으로 옮겼다. 

약대 편입 책들을 몇 권 내다 버렸다.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항상 쓰고 싶었지만 오늘은 쓰고 싶어 졌다.

 

오늘 20대 초, 중, 후반의 마음가짐을 묻는 글을 보고 괜히 돌아보게 됐어서 한 번 적어본다.

 

초반, 뭐든 할 수 있다 느꼈다.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럴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뭐든 열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중반, 어떤 것은 맥없이 쉽게 얻어졌다. 어떤 것은 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주로 실망하고 절망했다.

이제는 닿을 수 없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조차 한 데 모아서 그냥 나를 받아들여가는 것 같다. ~한 것 같다는 애매한 말을 쓰는 나도 받아들여야지. 나를 가만히 보고 나를 그냥 둔다. 모든 나에게로 향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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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쯤, 아마도 동네 도서관 4층 4 열람실, 롯데월드 타워가 맑은 날에만 보이던 오른쪽 창가 자리에 처박혀서 유기화학 연습이라고 적힌 하늘색 스티치 노트 맨 뒤편에 적은 글 중 하나이다.

이 노트를 내다버리려다가 아직 안 쓴 페이지가 많아서 놔둔 건데 내가 시를 써놨을 줄이야..! 

 


철쭉이 왜 좋아졌냐면,

 

명색이 꽃인데 '머뭇거리다'라는 뜻으로 불려서

 

너무 흔해서 다 똑같이 보이는 

 

송송이 각자의 사연이 궁금해져서

 

9살 때쯤, 엄마가 독이 있다는 표시라며 말해준 꽃잎의 흉한 점박이가 

 

내게도 생겨서

 

아쉽게 가는 벚꽃도 화려한 해바라기도

 

하물며 맹독 가진 투구꽃도 못 되고

 

사람 배탈 내어 미움 사는 애매한 독 품은 머뭇거림이라서

 


 

촌스럽지만 감성 낭낭한 나...ㅎ

사실 나는 지금도 철쭉이 별로 좋진 않다. 

저땐 잠깐 좋았나 봄...

철쭉을 보면 올해도 진달래꽃꿀을 못 먹었다는 신호라서 철쭉을 안 좋아한다.....

엄마는 니 태몽이 진달래라 진달래를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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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써야지 

쓰고싶은 글은 많은데 남들 눈치를 많이 보는 나라서, 아무도 보고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방 구석 공책 외에는 별로 써본적이없다.

 

근데 보여주려고 쓰는것도아니고... 

노트에 쓰면 감성있고 좋긴 한데 쓰는것도 귀찮고 관리하기도 귀찮다

 

그니까 여기 구석진데다가 써봐야징

 

누군가 이 글을 보거들랑,,,, 뭐 2X살 감성이야 뻔한거니... 너무 뻔하고 오글거려도 그걸로 날 판단하진 말아주세용

 

사실 내가 나 10대 때 쓴 글 보면 진짜 오글거리는데 으 이것도 남들이 보고 나중에보면 진짜 파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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