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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후반에 들어왔으니 좀 웃기지만, 또 20대에 뭐 남길 생각이란 게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지만

또 20대 때 했던 생각은 20대에 남겨놔야 서른 마흔의 내가 보지 않겠나 싶다.

암튼 누가 학교 익명게시판에서 20대 초,중,후반에 각각 무슨 생각하고 사냐고 해서 

일기장에 써본 글

 


요즘 지낼만하다. 며칠전에는 XX에게 받은 꽃에서 시들해진 꽃잎을 떼어내다가 깜짝 놀랐다. 마음이 이렇게 여유롭다니!

오늘은 방 구석에 처박혀있던 흰 3단 책장을 싹 정리해서 머리맡으로 옮겼다. 

약대 편입 책들을 몇 권 내다 버렸다.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항상 쓰고 싶었지만 오늘은 쓰고 싶어 졌다.

 

오늘 20대 초, 중, 후반의 마음가짐을 묻는 글을 보고 괜히 돌아보게 됐어서 한 번 적어본다.

 

초반, 뭐든 할 수 있다 느꼈다.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럴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뭐든 열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중반, 어떤 것은 맥없이 쉽게 얻어졌다. 어떤 것은 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주로 실망하고 절망했다.

이제는 닿을 수 없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조차 한 데 모아서 그냥 나를 받아들여가는 것 같다. ~한 것 같다는 애매한 말을 쓰는 나도 받아들여야지. 나를 가만히 보고 나를 그냥 둔다. 모든 나에게로 향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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